기업 가치는 곧 브랜드 가치로 평가된다.


신문의 주식투자면을 펼친 뒤, 코스닥란을 들여다보고, 그 다음 당신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회사에 동그라미를 치고, 그 회사의 주식을 사라는 말이 있다. 그러면 불과 3개월 안에 두 배의 수익률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호사가들이 있다. 이와 같은 재밋거리의 말이 시사하는 바는 그 회사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물론이다. 왜 중요한지, 한국 음반 시장의 현실을 놓고 살펴보자. 1년에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음반은 몇 장이나 될까? 통계에 따르면 2,400장의 음반이 발매된다고 한다. 한 앨범당 10곡 정도의 노래가 실려 있으니 무려 24,000곡이 우리에게 소개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 노래가 다 소개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타이틀곡이 아니라면 대부분 방송을 통해 들을 기회가 없다. 타이틀곡이라고 해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통 댄스곡의 수명주기는 두 달, 발라드곡은 6개월로 보고 있다. 평균 석 달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도, 무려 600곡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라디오나 TV를 통해 소개될 수 있는 곡은 회당 20곡이 최대이다. 중복되어서 방송되지 않더라도 석 달 동안에 들을 수 있는 노래는 100곡을 넘지 못한다. 이에 끼이지 못한 500개의 타이틀곡은 앨범이 발매는 되었지만 레코드점에 진열도 되지 못한 채 바로 청계천으로 흘러간다. 그러고는 CD 한 장당 몇 백원에 거래된다. 흔히 '청계천 사장(死藏) 음반'이라는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홍보전이 치열하다. 아무리 좋은 노래도 방송을 타지 못하면 뜨지 못한다. 일단은 방송을 타야 판매의 성패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방송을 타는 것은 필요조건인 것이다. 그래서 로비가 치열하고, 그래서 PD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것인가 보다.



브랜드명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부터 생각하라.


어디 음반의 세계뿐이랴. 미국 슈퍼마켓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7,000개의 신제품이 매대에 걸린다고 한다. 그 중에서 다음해까지 살아남는 것은 불과 10개. 한편 1년에 우리 나라에서 TV에 노출되는 광고는 3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지만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생각나는 광고를 말하라고 하면 7개를 넘지 못한다(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한번 광고를 회상하여 보라. 7개 이상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은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조금은 특이한 사람일 것이다). 293개의 광고는 억대의 광고비를 들여 제작하여, 수십억 원의 광고비를 투자한 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인터넷의 세계는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의 수는 수천만 개 내지 수억 개라고 한다. 이 중 당신이 방문해본 사이트는 몇 곳이나 되는가? 아니, 방문은 고사하고 이름을 알고 있는 사이트는 몇 곳이나 되는가? 아무리 사이트를 아름답게 디자인해도, 아무리 훌륭한 컨텐츠로 채워 놓아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PR을 하고, 고객의 머리 속에 기억을 시키는가가 관건이다.


현실세계에서 인터넷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이름을 알린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일까? 이는 곧 ‘브랜드력 구축 전략’과 직결되는 사항이다. 


브랜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요즈음,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브랜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에 손길이 갔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로케트'의 브랜드 가치는 6백60억 원 이상


저자들이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8년 8월경이라고 한다. 질레트가 로케트 전지의 국내 상표권과 영업권 일부를 인수하면서, ‘로케트’라는 브랜드의 가치로 6백60억 원을 지불키로 했다는 사실로부터 연구가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왜 질레트는 선뜻 이러한 거액을 지불하는 데 동의했을까? 로케트가 이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다면 다른 기업들은 어떨까? 이러한 궁금증들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연구도 다양한 방법으로 수행했다. 이름을 알고 있는 상품들에 대해 개발 역사를 살펴보고, 성공요인을 도출해 보고, 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하는 과정을 거쳤다. 


물론 쉬운 과정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의 특징 중의 하나로서 ‘네이밍은 잊어 버리자’를 꼽을 수 있는데, 다음의 내용을 읽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힘들었던 것은 브랜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하는 것이었다. 


우선은 문헌조사부터. 브랜드라는 단어가 들어간 모든 책과 논문을 수집하였다. 그러면서 브랜드를 어떻게 정의할지 토론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어느 논문을 읽더라도 머리 속에 확실히 남는 것은 없었다. 개략적으로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도 같지만, 막상 정리해보려니 제대로 되지 않았다. 여러 개의 논문을 순번을 정해, 한 명이 요약해 오면 다른 멤버들이 감상을 피력하는 토론 기회를 여러 번 가졌다. 그렇지만 생각만큼 쉽게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여기서의 가장 큰 시행착오는 브랜드의 영역을 너무 넓게 잡았다는 것이었다.」


'마케팅과 재무'라는 두 가지 시각에서 브랜드를 조명


브랜드의 큰 축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이를 '유지·관리'하는 것으로 나뉜다. 저자들은 이 두 개의 축을 동시에 커버하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브랜드를 만든다'는 개념은 서술하기가 상당히 힘든 부분이었다. 주로 네이밍(naming)의 영역에 해당되는데, 이는 감성적인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이 창조력을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분야였다. 불행히도 저자들은 모두 학부 때는 경영학을 전공한 일반인들이었다. 숫자나 문장에는 강할지 몰라도, 예술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아무것도 모르는’ 보통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아니, 숫자에 강한 만큼 예술적인 감각은 좀 떨어질 것이다. 만약 조물주가 공평하다면 분명히 그렇게 인간을 창조했을 테니까. 결국 네이밍 분야는 이번 책자에서 다루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공부해 봐야 제대로 못할 것, 일찌감치 포기하기로 결론 내렸다. 나름대로의 수확도 있었다. 마케팅과 재무라는 두 개의 시각에서 브랜드를 바라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많은 책들이 마케팅이면 마케팅, 재무면 재무, 모두 자기들의 입장에서만 브랜드를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다. 마케팅부서에서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려면 재무부서로부터 자금을 할당받아야 했다. 이 두 부서의 사람들은 브랜드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 이들이 서로 상대방 분야를 이해해야 브랜드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동기에서 두 개의 시각으로 동시에 브랜드를 바라본 것이다. (프롤로그 중 일부 인용)


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장에서는 오늘날 브랜드가 중요해지는 이유에 대해 기술하였다. 소비자들이 ‘기능성 소비’에서 벗어나 ‘기호성 소비’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던 사람들이 체험(experience)을 소비하려고 한다. 글로벌 소비자의 출현으로 외제 브랜드와 경쟁해야만 하고,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브랜드를 키워야‘자본수익률’을 중시하는 경영을 할 수 있게 된다. 



브랜드에 대한 사전투자 필요


두번째 장에서는 브랜드에 대해 마케팅적으로 접근했다. 데이비드 아아커(David Aaker)의 상표자산 모델(brand equity model)에 케빈 켈러(Kevin Keller)의 연구를 첨가해서, 이를 해설하였다. 브랜드의 일반적인 정의에 대해 접근한 뒤, 브랜드 인지(brand awareness), 지각 품질(perceived quality), 브랜드 연상(brand association), 브랜드 충성도(brand loyalty)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또한,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고 설명한 것도 저자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세번째 장에서는 재무적인 시각으로 브랜드를 바라보았다. 브랜드가 브랜드 자산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기술하고, ‘측정할 수 없으면 평가할 수 없다’는 개념을 명확히 하도록 노력하였다. 브랜드에 대한 사전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가치 측정이 왜 필요한지를 기술하였다. 다양한 브랜드 가치 측정방법에 대해 분석하고, 크게 3가지 분야로 분류(categorizing)하였다. 


네번째 장은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브랜드력을 창출하는지 분석하였다. 해외에서는 9개의 사례를, 국내에서는 4개의 사례를 다루었다. 최근의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그간 막연하게 이름만 알고 있던 브랜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성공했는지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다섯번째 장은 결론에 해당된다. 정말 바쁜 사람이라면, 그리고 다른 많은 책에서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는데, 도대체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는 불만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다섯번째 장만이라도 꼭 읽기를 권한다.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저자들은 7개를 제시하였는데,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드는 기업가치평가의 필수요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 공장·건물과 같은 유형자산보다 브랜드·지식과 같은 무형자산의 비중이 훨씬 커가는 추세이다. 그런데 무형자산 중에서도 특히 브랜드는, 제조업 중심의 고성장을 통해 오늘의 지위에 오른 한국 기업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OEM 수출 방식에 안주해온 해외부문은 물론 국내적으로도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이나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오래전부터 선진 기업들은 브랜드를 가장 중요한 무형 자산으로 인식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해 왔다. 


실제로 코카콜라나 인텔 같은 세계 최고급 브랜드의 경우 그 자산가치가 수백억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동향에 비추어 볼 때, 이번에 발간된 『브랜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할 수 있다. 특히, 브랜드에 관하여 실무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렵지 않게 이해를 돕는 좋은 책이 출간된 것을 계기로 21세기에는 세계 최강의 브랜드가 국내에서도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브랜드 BR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객 가치 경영에 대하여 브랜드 자산확보  (0) 2017.05.18
DBR 브랜드 친밀감이 열쇠다  (0) 2017.05.17
브랜드가 문화다.  (0) 2017.05.17
브랜드의 발견  (0) 2017.05.17
브랜드 데이비드 아커  (0) 2017.05.16

■IT 전문가가 쓴, IT 비전문가를 위한 미래 이야기


이 책은 ‘불안한 미래를 내 손 안에 넣는 법’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가오는 미래를 어떻게 슬기롭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KT에서 마케팅본부장, e-Biz 본부장, R&D 부사장, 신사업부문 부사장, 성장사업부문 부사장, 이사회 상임이사 등을 역임하면서 우리나라 통신망 현대화를 직접 기획하고 집행한 장본인이다. IT(정보기술) 전문가 중의 전문가인 그이지만 그가 하는 이야기는 IT 자체보다는 ‘미래’라는 키워드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소개하면, 인류는 호모사피엔스(지능을 가진 현생인류)에서 호모디지쿠스(디지털 시대의 신인류)로 진화해 가고 있는데, 한민족은 호모디지쿠스의 우성인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을 가지고 슬기롭게 대처하면 미래 사회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사례와 설명이 다수 소개되어 있다. 전체 내용은 크게 전략의 큰 그림을 그리는 방법, IT가 변화시킬 미래 사회의 모습 등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자원 없는 국가의 전략은 이스라엘처럼!


가끔 뉴스를 통해 접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나라, 이스라엘.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이스라엘을 언급하면서 자원 없는 나라의 전략적인 국가경영의 모범사례로 이스라엘을 제시한다. 국토도 좁고 광물 등 천연자원도 부족한 우리나라는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 문명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라고 토인비가 말했던가. 이스라엘의 역사야말로 도전과 응전으로 점철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일의 날씨에 관심을 갖는 만큼 이스라엘 사람들은 갈릴리 호수의 수위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의 80%를 갈릴리 호수에서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이 부족한 사막지대에 위치한 이스라엘에서 어떻게 농업이 발달할 수 있었을까? 1970년대 이스라엘은 관개 파이프라인이 없는 곳에서는 식물이 살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주저앉지 않고 갈릴리 호수의 물을 대규모 파이프라인으로 주요 거점에 운반하기 시작했다. 거기서부터 점점 가느다란 파이프로 연결하여 거리의 가로수, 정원의 꽃, 잔디, 농장의 채소까지 직접 물을 공급했다. 물이 풍부한 나라에서는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공기 중에 분사했겠지만 이스라엘에서는 그런 사치가 허용되지 않았다. 루트 투 루트(root to root) 방식을 통해 식물이 겨우 갈증을 해소할 만큼의 수분만을 공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이스라엘의 채소나 과일은 크지 않고 볼품없이 생겼지만 당도나 숙성도만은 어느 나라 것보다 높아서 국제시장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악조건을 성공적으로 극복하여 농업국으로서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게다가 최소한의 물을 최대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덕택에 세계 최고의 관개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다.


1970년대 농업정책을 진두지휘한 곳은 부총리실 산하의 CSO(chief scientist office)였다. 자연과학, 경제, 인문학 등을 망라한 분야별 전문가 150명으로 구성된 두뇌집단으로, 농업 분야 이외에도 이스라엘의 주요 핵심 정책들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조직이다. CSO가 농업 다음으로 주목한 분야는 물이었다. 관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물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해수의 담수화 프로젝트에 역점을 둔 것이다. 기존의 해수 담수화 기술은 바닷물을 민물로 만들기 위해 물을 전기분해해서 소금을 걸러내는데 이 공정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러나 석유가 나지 않는 이스라엘은 여기서도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전기분해 대신 삼투압의 원리를 이용한 막 기술을 개발하여 최소의 에너지로 최대의 소금을 분리해낸 것이다. 게다가 이를 통해 확보한 다수 특허를 통해 그 후로도 수십 년 동안 세계 각국으로부터 로열티 수입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그 이후에도 이스라엘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1980년대에는 세계적인 자원 부족을 예견하고 원자력 발전에 주목하여 방사능 안전기술을 선점했고, 1990년대에는 IT의 시대임을 간파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기술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벤처기업’과 ‘벤처 펀드’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2000년대에는 미래의 경제 트렌드로 뉴미디어의 활성화를 예견하고 이를 위해 필수적인 기술로 네트워크 보안기술에 주목했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미리 보고 핵심기술에 저비용의 지식 투자를 선행함으로써, 이후 각국이 천문학적 비용을 수반하는 인프라에 투자할 때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싹쓸이해 가는, 전형적인 지식 드라이브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실리콘밸리에 입주한 기업의 25% 정도가 이스라엘 정부의 펀드에 기초를 두고 있고 원자력 안전기술, 네트워크 보안 등의 핵심기술 분야에서 전 세계 기업들은 이스라엘 기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례로 미국 메이저 영화사들은 이스라엘 NDS 社가 개발한 암호화 장비를 갖추지 않은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영화를 공급하지 않을 정도인데, NDS가 개발한 암호화 알고리즘은 현재까지 한 번도 해독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미래를 누구보다 먼저 보고 먼저 길목에 가서 핵심기술을 선점하고 기다리는 전략. 우리도 참고할만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의 자원선점 전략, 인도의 교육정책 등을 소개하고 있다. 선진국은 멀리 앞서가고 후발국은 턱 밑까지 추격해 오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 정신이 번쩍 들지 않을 수 없다.



■IT라는 렌즈로 본 미래 세상


이 책의 또 하나의 주제는 IT를 통해 바라본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다. 저자가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읽기 위해 제시한 키워드 중 하나는 ‘인터넷’이다. 물론 인터넷은 이미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과거 10년이 PC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인터넷 경제 I'의 시대였다면 미래 10년은 TV가 인터넷과 연결되는 ‘인터넷 경제 II’의 시대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지금은 인터넷을 생활의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등장한 것은 고작 10여 년 전의 일이다. PC의 인터넷은 과거 10여 년간 우리의 생활과 사회와 경제를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매년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규모가 600조 원에 달하고 은행 업무의 80%, 증권 거래의 90%가 인터넷에서 일어나며, 지난 10년 사이에 세계 최대 통신회사인 AT&T가 사라지고 그와 유사한 규모의 구글이 새로 탄생했고, 미국에서 두 번째 큰 통신회사인 월드콤이 사라지고 그와 같은 규모의 이베이가 등장했다. PC와 같은 정보기기 뿐만 아니라 TV와 같은 가전기기도 인터넷에 연결되는 인터넷 경제 II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AT&T나 월드콤 대신 구글과 이베이가 등장했듯이, 향후 10년간은 양방향 방송 등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하여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와 미래를 읽는 또 다른 키워드는 ‘솔루션’이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고객들의 니즈가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공급 측면의 사업 구분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고객 관점에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즉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헨드릭스 社는 유럽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가축사료 회사로 유럽 전체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즉, 유럽의 소 10마리 중 4마리는 핸드릭스의 사료를 먹고 자랄 정도로 수익성이 안정된 회사이다. 하지만 핸드릭스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가축의 건강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 리트머스 종이에 가축의 소변, 혈액, 타액 등을 적시면 즉시 가축의 건강상태를 알아낼 수 있도록 했고 그 밖에 가축 질병치료를 위한 백신 개발까지 추진하여 세계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게 되었다. 고객인 농민 입장에서 볼 때 가축에게 먹이를 먹이는 문제는 일부분에 불과하고 가축이 건강한지 살피고 혹시 아플 경우 치료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해결해주는 핸드릭스의 솔루션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이를 통해 다수의 충성적인 고객을 확보하게 된 핸드릭스는 매출의 대부분은 사료에서 얻고 이익의 대부분은 건강 체크 키트와 백신에서 얻는 안정된 수익구조를 구축할 수 있었다. 다른 사례로 캐나다의 다이너마이트 제조회사인 ICI Explosive의 경우 북미 폭발물 시장의 25%를 점유하는 안정적 회사였는데 현재는 세계 최고의 지하자원 탐사회사로 변신해 있다. 수만 번의 지하폭발물 실험을 하면서 그 반사파를 측정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지하 세계를 들여다보는 세계 최고의 노하우를 축적하게 되었다. 이제 ICI Explosive의 업(業)은 다이너마이트라는 제품을 파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지하자원을 찾아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저자는 IT가 가져다 줄 제2의 기회를 활용할 아이디어를 교통, 교육, 의료, 조선, 방송, 통신 등 각 영역별로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 전 세계에 특파원을 파견하고 케이블 방송을 통해 24시간 뉴스를 제공하는 CNN (Cable News Network)처럼 각국 방송사와의 제휴를 통해 인터넷으로 뉴스와 방송을 제공하는 ‘INN (Internet News Network)’, 세계 각국에 표준화된 형태로 설치되어 누구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IT 게르(Ger, 몽골족의 이동식 집)’ 등의 모델은 특히 참고할 만하다.



■한국인이여, 호모디지쿠스로 진화하라


급변하는 세상, 그리고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우리의 경쟁국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우리 한국인은 미래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호모디지쿠스의 우성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자의 예를 들어 보자. 중국의 한자는 정보기기에 입력하려면 일단 유사한 소리로 변환한 다음 거기서 맞는 한자를 선택해야 하는 2중 구조여서 매우 불편하다. 하지만 우리의 한글은 디지털 세상에서 세계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엄지족들의 문자입력속도가 가장 빠른 언어가 한글로 알려져 있다. 민족성에 있어서도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고고히 살아가는 일본인과 비교해 보았을 때 한국인은 온라인에 나와서 생면부지의 블특정 다수와 이야기하고 게임하는 데 익숙하다. 또한 소셜 컨텐츠를 소비하거나 등급 매기기, 후기 작성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가장 활동적인 민족이기도 하다. 혹시 아직도 ‘좁은 국토’라는 제약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저자는 그런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비록 물리적 세상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좁지만 디지털 세상에 있는 ‘디지털코리아’는 마치 미국의 서부개척 시대처럼 원하는 만큼 달려서 차지하면 되기 때문에 무한히 넓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제부터 한 국가의 영역은 영토(領土)와 영해(領海)와 영공(領空) 뿐 아니라 사이버영토까지 포함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주된 주장을 설명하는 중간중간에 IT와 관련된 상식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알파벳 문자 하나를 디지털 데이터로 표시하려면 불빛이 8번 깜빡거려야 하지만(불빛이 한 번 깜빡거리는 것이 1비트) 우리의 목소리 1초를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하려면 불빛이 6만 4천 번, 영상 1초를 저장하려면 600만 번의 깜빡거림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UCC 등 영상물의 확산을 위해서는 왜 광대역 인터넷이 중요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전화를 교환해주는 ‘자동교환기’가 어떤 동기로 발명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스웨덴 어느 시골의 장의사가 갑자기 고객이 줄어들어 원인을 조사해 보니 경쟁 장의사가 전화 교환원을 매수하여 장례가 필요한 유가족이 문의해 올 때 자신의 번호를 안내하도록 했던 것이다. 이에 격분한 그 장의사가 1년을 들여 개발한 것이 자동교환기라고 한다. 그 밖에도 롱테일, 위키, 팟캐스트, 홈 게이트웨이, 센서 네트워크, 와이브로, U시티 등 일반인들도 알아두어야 할 다양한 IT관련 용어나 상식에 대한 설명도 제공한다.


아쉬운 점은 앞서 이야기한 전략에 관한 설명, IT기술 현황, 미래 사회 전망 등이 일목요연하게 모듈화되어 있지 않아서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을 특정한 분야에 대한 체계적이고 다량의 지식을 쌓으려는 목적을 가지지 않고 그냥 에세이처럼 부담없이 읽는다면 큰 흠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IT나 기타 기업 경영에 관한 저자의 풍부한 경험과 통찰을 편한 마음으로 만나는 것도 좋을 듯하다. IT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은 향후 IT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어떻게 발상할 것인지, 타 산업 분야에 속한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IT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힌트를 얻는다면, 또한 미래 디지털 세상에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느끼는 동시에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의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면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가치경영으로 - 고객은 거대한 山과 같다

미국의 한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연단에 선 목사는 부부싸움에 관해 설교를 시작하기 전, 신도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여기 계신 부부들 중에 지난 3년간 부부싸움을 한 번도 안 하신 분들은 손을 들어보세요." 모두가 눈치를 보고 있는 가운데, 저 뒤쪽에서 주춤대며 한 신사가 손을 들었다. 그 순간 바로 옆에 있던 그 신사의 부인이 속삭였다. "참고 사니 내가 당신에게 불만이 없는 줄 알아요? 싸울 일이 없어서 안 싸우는 게 아니라 내가 포기한 거라구요."(제1부 고객을 위한 가치 - 고객만족 측정 편에서)


고객은 거대한 山과 같다. 시장의 중심에 우뚝 서서 기업들을 유혹한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 고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고객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더욱이 고객이라는 산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나 속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위 사례의 신사와 같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이처럼 다루기 힘든 고객으로부터 최대한의 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업들은 그 동안 고객만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과 win-win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객만족경영을 넘어 고객졸도경영까지 등장한 것이 요즈음 현실이나, 실제 고객만족 경영의 성과가 기업측의 노력과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포화된 시장, 더 이상의 차별화가 어려운 제품과 브랜드, 고객 획득 및 유지를 위한 치열한 경쟁, 더 나아가 눈높이가 높아져 웬만한 제품에는 눈길도 안 주고 만족도 하지 않는 고객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감성적이 되어 기업과 브랜드에 사랑을 보내고 귀한 시간을 투자하고 똘똘 뭉치는 또 다른 고객들…… 이 시점에서 기업들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 것인가?


본서의 저자들은 ‘고객만족경영을 넘어선 고객가치경영체제로의 전환’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가치 창출을 위해 기업만 일방적으로 노력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고객 모두가 주체가 되어 상호 보완하면서 가치 창출의 시너지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고객가치경영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들은 우선 고객가치를 기업이 고객을 위해 제공하는 가치인 ‘고객을 위한 가치(Value for customers)’, 고객이 지니고 있는 가치인 고객의 가치(Value of customers)’, 고객이 기업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창출하는 가치인 ‘고객에 의한 가치(Value by customers)’의 3차원으로 확장해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고객가치경영에 시간 축을 도입해 고객 탐색에서부터 관계 맺기, 관계 관리, 관계 강화까지 각 단계별로 해당하는 마케팅 이론이나 개념을 이해하기 쉬운 사례와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 고객을 위한 가치 (Value for Customers) - 늘 고객가치방정식을 생각하라 

제1부 ‘고객을 위한 가치’에서는 전통적인 고객만족경영체제 하에서 강조되어 왔던, ‘고객을 위한 가치창출을 위해 힘쓰고,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의 다양한 시도를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퍼플카우, 브랜드 개성, 체험 마케팅, 진실의 순간, 제휴 마케팅, 기대 관리, 고객만족 측정, 서비스 회복, 감성 마케팅, 맞춤 마케팅, 고객가치 방정식 등을 다루고 있다. 


고객에게 보내는 카드에 ‘생일 축하드립니다. OO생명 설계사’와 ‘고객님, 언제쯤 다시 오시나 기다렸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드리고 싶었거든요.’ 중에 어느 쪽이 고객과의 관계를 더 잘 맺기 쉬울까? (고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길 - 퍼플카우 편)

현지에서 한 컵에 100원도 안 되는 콜롬비아 원두가 스타벅스에서 커피로 만들어지면 최소 3천원 이상에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문이 불여일행 - 체험마케팅 편)

초호화 캐스팅에 평론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까지 받았던 영화 ‘형사’, 하지만 관객들로부터 ‘액션영화인 줄 알고 보러 갔더니 뮤직비디오더라’는 식의 낮은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모든 여자가 장미 꽃다발에 감동하는 것은 아니다 - 기대관리 편)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대답은 ‘가치=품질/비용=(결과품질+과정품질)/(상품가격+상품 획득비용)’으로 표현되는 고객가치 방정식을 생각한다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즉, 상품의 가격 대비 결과품질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상품을 획득하는 과정(프로세스)의 품질을 높이거나 가격 또는 획득비용을 줄임으로써 얼마든지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예로 군 장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미국의 상해보험회사 USAA(United Services Automobile Association)의 경우를 살펴보자. 일단 USAA는 직원선발 및 훈련과정에서 고객응대 태도를 중요시하도록 교육하고, IT 기술을 통한 프로세스 개선으로 전화 한 통만으로 서비스 해결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과정품질 제고). 뿐만 아니라 USAA의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의 구전으로 인해 USAA는 보험 모집인의 규모를 축소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영업비용을 절감해 타 보험사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다. 실제로 USAA의 신규고객 중 80%가 기존 고객의 소개로 가입한 계약자일 정도라고 한다(가격 인하).


■ 고객의 가치(Value of customers) - “우리는 지금 4천 달러 피자를 배달하고 있다” 

이어지는 제2부 ‘고객의 가치’에서는 능동적인 고객을 선택하고 고객가치를 개발하는 방법들, 즉 잠재니즈, 블루오션, 고객 포트폴리오, 엠부시 마케팅, 불량고객, 크로스/업셀링, 고객생애 가치 등의 개념을 다루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때 기업은 마켓 리서치를 과연 얼마나 믿어야 할까? 저자는 설문대상 주부의 95%가 지지한 ‘無섹스, 無스캔들, 無루머’를 표방했던 월간지 ‘마리안느’가 발간 17호 만에 독자들의 외면 속에 폐간된 웃지 못할 일화를 소개한다. 마켓 리서치 무용론이라기보다는 진정한 잠재니즈 파악을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관심과 보다 심층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패사례다.


또 대기업들이 더 강력한 냉각기능과 대용량 냉장고 개발경쟁에 몰두하던 시기, 중소기업이었던 만도는 ‘새로운 김치 보관방법’이라는 전혀 새로운 가치를 제안해 김치냉장고라는 거대 신시장을 개척했다. 이처럼 틀에 박힌 업종분류나 고객개념에 얽매이는 대신 고객은 원했으나 기업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차별화된 가치를 찾아 제공하는 ‘블루오션 전략’ 역시 고객가치를 발굴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한편, 선택하여 가꾸어야 할 고객이 있다면 피해야 할 고객도 있다. ‘무단횡단자’를 의미하는 ‘제이워커(Jaywalker)’에서 비롯된 불량고객, 일명 제이커스터머(Jaycustomer)’가 바로 그들이다. 저자들은 ‘고객은 무조건 옳다’라는 통념을 부정하고 기업과 대다수의 선량한 고객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들 불량고객들과 과감히 헤어질 것을 권한다. 실제로 노드스트롬 백화점, 페덱스, 사우스웨스트 항공 같은 선진기업들은 정기적으로 불량고객을 퇴출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구와 맺어지고 누구와 헤어져야 할 것인가?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고객을 선정하고 관계를 맺는 하나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이다. 고객생애가치란 한 고객이 특정 기업의 고객으로 존재하는 전체 기간 동안 창출하는 총이익의 순수현재가치를 말한다.


미국 볼티모어 지역의 도미노피자 체인 중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 받는 한 매장의 점주 필 브레슬러는 단골고객 한 명의 평생가치를 약 4천 달러로 계산하고, 종업원들에게 "당신들은 지금 8달러짜리 고객이 아니라 4천달러짜리 고객에게 피자를 배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무조건 고객을 우대하라’는 의미보다는 고객의 미래 잠재가치까지 고려하여 더 많은 고객가치를 확보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 고객에 의한 가치 (Value by customers) -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가치 창조

끝으로 제3부 ‘고객에 의한 가치’에서는 비교적 최근 부각되기 시작한 넷傳, 내부 마케팅, 내부 브랜딩, 고객시민행동, 마니아, 프로슈머, 커뮤니티 등 고객에 의한 자발적인 가치 창출의 다양한 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의 확산은 넷傳 (network+구전)이라는 과거와 상당히 다른 구전형태를 탄생시켰다. 이에 따라 다른 사람의 사용 후기를 참조해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 즉 트윈슈머(twinsumer)가 늘어나는 한편, 새로운 상품 정보가 나오면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전문가적 네티즌 스니저(Sneezers)도 출현했다. 바야흐로 소비자들이 자발적인 가치 창조에 나선 것이다.


심지어 ‘기업은 생산자요, 고객은 단순 소비자’라는 전통적 도식을 파괴하며 생산자적 기능을 수행하는 고객인 프로슈머(Prosumers)까지 대두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는 2002년부터 고객이 제안한 메뉴를 온라인 고객평가, 인터넷 투표 등을 거쳐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위트칠리 칩과 왕새우, 허브 마리네이드 포크스테이크의 경우 출시 후 1개월 만에 4억원의 매출 증대를 가져왔다. 한편, 현재 온라인 상에서 열풍을 불러 일으키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User Created Contents: UCC) 역시 프로슈머 활동의 산물이다.


그런가 하면 내부 고객인 직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외부 고객에게 나쁜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내부 마케팅(internal marketing)에도 소홀할 수 없다. 에버랜드의 경우, 직원들 기숙사인 캐스트하우스에 호텔급 화장실, 바(bar), 영화감상실 등 고급시설을 꾸미는 한편, 정신노동이 심한 업무특성을 감안, 업계 최초로 1인 1실형 기숙사를 운영해 직원만족을 통한 고객가치 제고를 실천한 바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현재 서비스기업이 아닌 삼성석유화학에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고객에 의한 가치’와 관련해 저자들은 ‘(정서적 애착감+오피니언 리더십) x 고객의 상황’이라는 방정식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친밀감, 정서적 유대감, 사랑 등에 더하여 이러한 애착이나 정보, 지식 등을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 있게 전달하는 오피니언 리더십을 바탕으로, 고객이 처한 구조적 상황과 내부 구성원들의 상호작용 정도에 따라 고객창조가치의 크기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브랜드 BRA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랜드가 결정한다.  (0) 2017.05.20
DBR 브랜드 친밀감이 열쇠다  (0) 2017.05.17
브랜드가 문화다.  (0) 2017.05.17
브랜드의 발견  (0) 2017.05.17
브랜드 데이비드 아커  (0) 2017.05.1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