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는 곧 브랜드 가치로 평가된다.
신문의 주식투자면을 펼친 뒤, 코스닥란을 들여다보고, 그 다음 당신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회사에 동그라미를 치고, 그 회사의 주식을 사라는 말이 있다. 그러면 불과 3개월 안에 두 배의 수익률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호사가들이 있다. 이와 같은 재밋거리의 말이 시사하는 바는 그 회사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물론이다. 왜 중요한지, 한국 음반 시장의 현실을 놓고 살펴보자. 1년에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음반은 몇 장이나 될까? 통계에 따르면 2,400장의 음반이 발매된다고 한다. 한 앨범당 10곡 정도의 노래가 실려 있으니 무려 24,000곡이 우리에게 소개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 노래가 다 소개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타이틀곡이 아니라면 대부분 방송을 통해 들을 기회가 없다. 타이틀곡이라고 해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통 댄스곡의 수명주기는 두 달, 발라드곡은 6개월로 보고 있다. 평균 석 달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도, 무려 600곡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라디오나 TV를 통해 소개될 수 있는 곡은 회당 20곡이 최대이다. 중복되어서 방송되지 않더라도 석 달 동안에 들을 수 있는 노래는 100곡을 넘지 못한다. 이에 끼이지 못한 500개의 타이틀곡은 앨범이 발매는 되었지만 레코드점에 진열도 되지 못한 채 바로 청계천으로 흘러간다. 그러고는 CD 한 장당 몇 백원에 거래된다. 흔히 '청계천 사장(死藏) 음반'이라는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홍보전이 치열하다. 아무리 좋은 노래도 방송을 타지 못하면 뜨지 못한다. 일단은 방송을 타야 판매의 성패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방송을 타는 것은 필요조건인 것이다. 그래서 로비가 치열하고, 그래서 PD사건이 종종 발생하는 것인가 보다.
브랜드명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부터 생각하라.
어디 음반의 세계뿐이랴. 미국 슈퍼마켓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7,000개의 신제품이 매대에 걸린다고 한다. 그 중에서 다음해까지 살아남는 것은 불과 10개. 한편 1년에 우리 나라에서 TV에 노출되는 광고는 3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지만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생각나는 광고를 말하라고 하면 7개를 넘지 못한다(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한번 광고를 회상하여 보라. 7개 이상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은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조금은 특이한 사람일 것이다). 293개의 광고는 억대의 광고비를 들여 제작하여, 수십억 원의 광고비를 투자한 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인터넷의 세계는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의 수는 수천만 개 내지 수억 개라고 한다. 이 중 당신이 방문해본 사이트는 몇 곳이나 되는가? 아니, 방문은 고사하고 이름을 알고 있는 사이트는 몇 곳이나 되는가? 아무리 사이트를 아름답게 디자인해도, 아무리 훌륭한 컨텐츠로 채워 놓아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PR을 하고, 고객의 머리 속에 기억을 시키는가가 관건이다.
현실세계에서 인터넷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이름을 알린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일까? 이는 곧 ‘브랜드력 구축 전략’과 직결되는 사항이다.
브랜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요즈음,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브랜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에 손길이 갔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로케트'의 브랜드 가치는 6백60억 원 이상
저자들이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8년 8월경이라고 한다. 질레트가 로케트 전지의 국내 상표권과 영업권 일부를 인수하면서, ‘로케트’라는 브랜드의 가치로 6백60억 원을 지불키로 했다는 사실로부터 연구가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왜 질레트는 선뜻 이러한 거액을 지불하는 데 동의했을까? 로케트가 이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다면 다른 기업들은 어떨까? 이러한 궁금증들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던 것이다.
연구도 다양한 방법으로 수행했다. 이름을 알고 있는 상품들에 대해 개발 역사를 살펴보고, 성공요인을 도출해 보고, 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하는 과정을 거쳤다.
물론 쉬운 과정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의 특징 중의 하나로서 ‘네이밍은 잊어 버리자’를 꼽을 수 있는데, 다음의 내용을 읽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힘들었던 것은 브랜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하는 것이었다.
우선은 문헌조사부터. 브랜드라는 단어가 들어간 모든 책과 논문을 수집하였다. 그러면서 브랜드를 어떻게 정의할지 토론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어느 논문을 읽더라도 머리 속에 확실히 남는 것은 없었다. 개략적으로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도 같지만, 막상 정리해보려니 제대로 되지 않았다. 여러 개의 논문을 순번을 정해, 한 명이 요약해 오면 다른 멤버들이 감상을 피력하는 토론 기회를 여러 번 가졌다. 그렇지만 생각만큼 쉽게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여기서의 가장 큰 시행착오는 브랜드의 영역을 너무 넓게 잡았다는 것이었다.」
'마케팅과 재무'라는 두 가지 시각에서 브랜드를 조명
브랜드의 큰 축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이를 '유지·관리'하는 것으로 나뉜다. 저자들은 이 두 개의 축을 동시에 커버하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브랜드를 만든다'는 개념은 서술하기가 상당히 힘든 부분이었다. 주로 네이밍(naming)의 영역에 해당되는데, 이는 감성적인 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이 창조력을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분야였다. 불행히도 저자들은 모두 학부 때는 경영학을 전공한 일반인들이었다. 숫자나 문장에는 강할지 몰라도, 예술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아무것도 모르는’ 보통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아니, 숫자에 강한 만큼 예술적인 감각은 좀 떨어질 것이다. 만약 조물주가 공평하다면 분명히 그렇게 인간을 창조했을 테니까. 결국 네이밍 분야는 이번 책자에서 다루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공부해 봐야 제대로 못할 것, 일찌감치 포기하기로 결론 내렸다. 나름대로의 수확도 있었다. 마케팅과 재무라는 두 개의 시각에서 브랜드를 바라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많은 책들이 마케팅이면 마케팅, 재무면 재무, 모두 자기들의 입장에서만 브랜드를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다. 마케팅부서에서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하려면 재무부서로부터 자금을 할당받아야 했다. 이 두 부서의 사람들은 브랜드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 이들이 서로 상대방 분야를 이해해야 브랜드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동기에서 두 개의 시각으로 동시에 브랜드를 바라본 것이다. (프롤로그 중 일부 인용)
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장에서는 오늘날 브랜드가 중요해지는 이유에 대해 기술하였다. 소비자들이 ‘기능성 소비’에서 벗어나 ‘기호성 소비’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던 사람들이 체험(experience)을 소비하려고 한다. 글로벌 소비자의 출현으로 외제 브랜드와 경쟁해야만 하고,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브랜드를 키워야‘자본수익률’을 중시하는 경영을 할 수 있게 된다.
브랜드에 대한 사전투자 필요
두번째 장에서는 브랜드에 대해 마케팅적으로 접근했다. 데이비드 아아커(David Aaker)의 상표자산 모델(brand equity model)에 케빈 켈러(Kevin Keller)의 연구를 첨가해서, 이를 해설하였다. 브랜드의 일반적인 정의에 대해 접근한 뒤, 브랜드 인지(brand awareness), 지각 품질(perceived quality), 브랜드 연상(brand association), 브랜드 충성도(brand loyalty)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또한,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고 설명한 것도 저자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세번째 장에서는 재무적인 시각으로 브랜드를 바라보았다. 브랜드가 브랜드 자산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기술하고, ‘측정할 수 없으면 평가할 수 없다’는 개념을 명확히 하도록 노력하였다. 브랜드에 대한 사전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가치 측정이 왜 필요한지를 기술하였다. 다양한 브랜드 가치 측정방법에 대해 분석하고, 크게 3가지 분야로 분류(categorizing)하였다.
네번째 장은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브랜드력을 창출하는지 분석하였다. 해외에서는 9개의 사례를, 국내에서는 4개의 사례를 다루었다. 최근의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그간 막연하게 이름만 알고 있던 브랜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성공했는지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다섯번째 장은 결론에 해당된다. 정말 바쁜 사람이라면, 그리고 다른 많은 책에서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는데, 도대체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는 불만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다섯번째 장만이라도 꼭 읽기를 권한다.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저자들은 7개를 제시하였는데,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브랜드는 기업가치평가의 필수요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함에 있어, 공장·건물과 같은 유형자산보다 브랜드·지식과 같은 무형자산의 비중이 훨씬 커가는 추세이다. 그런데 무형자산 중에서도 특히 브랜드는, 제조업 중심의 고성장을 통해 오늘의 지위에 오른 한국 기업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OEM 수출 방식에 안주해온 해외부문은 물론 국내적으로도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이나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오래전부터 선진 기업들은 브랜드를 가장 중요한 무형 자산으로 인식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해 왔다.
실제로 코카콜라나 인텔 같은 세계 최고급 브랜드의 경우 그 자산가치가 수백억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동향에 비추어 볼 때, 이번에 발간된 『브랜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할 수 있다. 특히, 브랜드에 관하여 실무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렵지 않게 이해를 돕는 좋은 책이 출간된 것을 계기로 21세기에는 세계 최강의 브랜드가 국내에서도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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