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가치경영으로 - 고객은 거대한 山과 같다
미국의 한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연단에 선 목사는 부부싸움에 관해 설교를 시작하기 전, 신도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여기 계신 부부들 중에 지난 3년간 부부싸움을 한 번도 안 하신 분들은 손을 들어보세요." 모두가 눈치를 보고 있는 가운데, 저 뒤쪽에서 주춤대며 한 신사가 손을 들었다. 그 순간 바로 옆에 있던 그 신사의 부인이 속삭였다. "참고 사니 내가 당신에게 불만이 없는 줄 알아요? 싸울 일이 없어서 안 싸우는 게 아니라 내가 포기한 거라구요."(제1부 고객을 위한 가치 - 고객만족 측정 편에서)
고객은 거대한 山과 같다. 시장의 중심에 우뚝 서서 기업들을 유혹한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 고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고객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더욱이 고객이라는 산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나 속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위 사례의 신사와 같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이처럼 다루기 힘든 고객으로부터 최대한의 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기업들은 그 동안 고객만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과 win-win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객만족경영을 넘어 고객졸도경영까지 등장한 것이 요즈음 현실이나, 실제 고객만족 경영의 성과가 기업측의 노력과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포화된 시장, 더 이상의 차별화가 어려운 제품과 브랜드, 고객 획득 및 유지를 위한 치열한 경쟁, 더 나아가 눈높이가 높아져 웬만한 제품에는 눈길도 안 주고 만족도 하지 않는 고객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 감성적이 되어 기업과 브랜드에 사랑을 보내고 귀한 시간을 투자하고 똘똘 뭉치는 또 다른 고객들…… 이 시점에서 기업들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 것인가?
본서의 저자들은 ‘고객만족경영을 넘어선 고객가치경영체제로의 전환’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가치 창출을 위해 기업만 일방적으로 노력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고객 모두가 주체가 되어 상호 보완하면서 가치 창출의 시너지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고객가치경영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저자들은 우선 고객가치를 기업이 고객을 위해 제공하는 가치인 ‘고객을 위한 가치(Value for customers)’, 고객이 지니고 있는 가치인 고객의 가치(Value of customers)’, 고객이 기업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창출하는 가치인 ‘고객에 의한 가치(Value by customers)’의 3차원으로 확장해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고객가치경영에 시간 축을 도입해 고객 탐색에서부터 관계 맺기, 관계 관리, 관계 강화까지 각 단계별로 해당하는 마케팅 이론이나 개념을 이해하기 쉬운 사례와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 고객을 위한 가치 (Value for Customers) - 늘 고객가치방정식을 생각하라
제1부 ‘고객을 위한 가치’에서는 전통적인 고객만족경영체제 하에서 강조되어 왔던, ‘고객을 위한 가치창출을 위해 힘쓰고,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의 다양한 시도를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퍼플카우, 브랜드 개성, 체험 마케팅, 진실의 순간, 제휴 마케팅, 기대 관리, 고객만족 측정, 서비스 회복, 감성 마케팅, 맞춤 마케팅, 고객가치 방정식 등을 다루고 있다.
고객에게 보내는 카드에 ‘생일 축하드립니다. OO생명 설계사’와 ‘고객님, 언제쯤 다시 오시나 기다렸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드리고 싶었거든요.’ 중에 어느 쪽이 고객과의 관계를 더 잘 맺기 쉬울까? (고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길 - 퍼플카우 편)
현지에서 한 컵에 100원도 안 되는 콜롬비아 원두가 스타벅스에서 커피로 만들어지면 최소 3천원 이상에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문이 불여일행 - 체험마케팅 편)
초호화 캐스팅에 평론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까지 받았던 영화 ‘형사’, 하지만 관객들로부터 ‘액션영화인 줄 알고 보러 갔더니 뮤직비디오더라’는 식의 낮은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모든 여자가 장미 꽃다발에 감동하는 것은 아니다 - 기대관리 편)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들에 대한 대답은 ‘가치=품질/비용=(결과품질+과정품질)/(상품가격+상품 획득비용)’으로 표현되는 고객가치 방정식을 생각한다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즉, 상품의 가격 대비 결과품질을 높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상품을 획득하는 과정(프로세스)의 품질을 높이거나 가격 또는 획득비용을 줄임으로써 얼마든지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예로 군 장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미국의 상해보험회사 USAA(United Services Automobile Association)의 경우를 살펴보자. 일단 USAA는 직원선발 및 훈련과정에서 고객응대 태도를 중요시하도록 교육하고, IT 기술을 통한 프로세스 개선으로 전화 한 통만으로 서비스 해결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과정품질 제고). 뿐만 아니라 USAA의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의 구전으로 인해 USAA는 보험 모집인의 규모를 축소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영업비용을 절감해 타 보험사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다. 실제로 USAA의 신규고객 중 80%가 기존 고객의 소개로 가입한 계약자일 정도라고 한다(가격 인하).
■ 고객의 가치(Value of customers) - “우리는 지금 4천 달러 피자를 배달하고 있다”
이어지는 제2부 ‘고객의 가치’에서는 능동적인 고객을 선택하고 고객가치를 개발하는 방법들, 즉 잠재니즈, 블루오션, 고객 포트폴리오, 엠부시 마케팅, 불량고객, 크로스/업셀링, 고객생애 가치 등의 개념을 다루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때 기업은 마켓 리서치를 과연 얼마나 믿어야 할까? 저자는 설문대상 주부의 95%가 지지한 ‘無섹스, 無스캔들, 無루머’를 표방했던 월간지 ‘마리안느’가 발간 17호 만에 독자들의 외면 속에 폐간된 웃지 못할 일화를 소개한다. 마켓 리서치 무용론이라기보다는 진정한 잠재니즈 파악을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관심과 보다 심층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패사례다.
또 대기업들이 더 강력한 냉각기능과 대용량 냉장고 개발경쟁에 몰두하던 시기, 중소기업이었던 만도는 ‘새로운 김치 보관방법’이라는 전혀 새로운 가치를 제안해 김치냉장고라는 거대 신시장을 개척했다. 이처럼 틀에 박힌 업종분류나 고객개념에 얽매이는 대신 고객은 원했으나 기업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차별화된 가치를 찾아 제공하는 ‘블루오션 전략’ 역시 고객가치를 발굴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한편, 선택하여 가꾸어야 할 고객이 있다면 피해야 할 고객도 있다. ‘무단횡단자’를 의미하는 ‘제이워커(Jaywalker)’에서 비롯된 불량고객, 일명 제이커스터머(Jaycustomer)’가 바로 그들이다. 저자들은 ‘고객은 무조건 옳다’라는 통념을 부정하고 기업과 대다수의 선량한 고객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들 불량고객들과 과감히 헤어질 것을 권한다. 실제로 노드스트롬 백화점, 페덱스, 사우스웨스트 항공 같은 선진기업들은 정기적으로 불량고객을 퇴출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구와 맺어지고 누구와 헤어져야 할 것인가? 기업이 진정으로 원하는 고객을 선정하고 관계를 맺는 하나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고객생애가치(customer lifetime value)이다. 고객생애가치란 한 고객이 특정 기업의 고객으로 존재하는 전체 기간 동안 창출하는 총이익의 순수현재가치를 말한다.
미국 볼티모어 지역의 도미노피자 체인 중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 받는 한 매장의 점주 필 브레슬러는 단골고객 한 명의 평생가치를 약 4천 달러로 계산하고, 종업원들에게 "당신들은 지금 8달러짜리 고객이 아니라 4천달러짜리 고객에게 피자를 배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무조건 고객을 우대하라’는 의미보다는 고객의 미래 잠재가치까지 고려하여 더 많은 고객가치를 확보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 고객에 의한 가치 (Value by customers) -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가치 창조
끝으로 제3부 ‘고객에 의한 가치’에서는 비교적 최근 부각되기 시작한 넷傳, 내부 마케팅, 내부 브랜딩, 고객시민행동, 마니아, 프로슈머, 커뮤니티 등 고객에 의한 자발적인 가치 창출의 다양한 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의 확산은 넷傳 (network+구전)이라는 과거와 상당히 다른 구전형태를 탄생시켰다. 이에 따라 다른 사람의 사용 후기를 참조해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 즉 트윈슈머(twinsumer)가 늘어나는 한편, 새로운 상품 정보가 나오면 주변 사람들에게 퍼뜨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전문가적 네티즌 스니저(Sneezers)도 출현했다. 바야흐로 소비자들이 자발적인 가치 창조에 나선 것이다.
심지어 ‘기업은 생산자요, 고객은 단순 소비자’라는 전통적 도식을 파괴하며 생산자적 기능을 수행하는 고객인 프로슈머(Prosumers)까지 대두되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는 2002년부터 고객이 제안한 메뉴를 온라인 고객평가, 인터넷 투표 등을 거쳐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위트칠리 칩과 왕새우, 허브 마리네이드 포크스테이크의 경우 출시 후 1개월 만에 4억원의 매출 증대를 가져왔다. 한편, 현재 온라인 상에서 열풍을 불러 일으키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User Created Contents: UCC) 역시 프로슈머 활동의 산물이다.
그런가 하면 내부 고객인 직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외부 고객에게 나쁜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내부 마케팅(internal marketing)에도 소홀할 수 없다. 에버랜드의 경우, 직원들 기숙사인 캐스트하우스에 호텔급 화장실, 바(bar), 영화감상실 등 고급시설을 꾸미는 한편, 정신노동이 심한 업무특성을 감안, 업계 최초로 1인 1실형 기숙사를 운영해 직원만족을 통한 고객가치 제고를 실천한 바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현재 서비스기업이 아닌 삼성석유화학에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고객에 의한 가치’와 관련해 저자들은 ‘(정서적 애착감+오피니언 리더십) x 고객의 상황’이라는 방정식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친밀감, 정서적 유대감, 사랑 등에 더하여 이러한 애착이나 정보, 지식 등을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 있게 전달하는 오피니언 리더십을 바탕으로, 고객이 처한 구조적 상황과 내부 구성원들의 상호작용 정도에 따라 고객창조가치의 크기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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